박준 / 발톱

2020. 5. 3. 21:46同僚愛/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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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 발톱

중국 서점이 있던 붉은 벽돌집에는 벽마다 죽죽 그어진 세로균열도 오래되었다 그 집 옥탑에서 내가 살았다 3층에서는 필리핀 사람들이 주말마다 모여 밥을 해먹었다 건물 2층에는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이 모이는 당구장이 있었고 더 오래전에는 중절수술을 값싸게 한다는 산부인과가 있었다 동짓달이 가까워지면 동네 고양이들이 반지하 보일러실에서 몸을 풀었다 먹다 남은 생선전 같은 것을 들고 지하로 내려가면 어미들은 그새 창밖으로 튀어나가고 아비도 없이 자란 울음들이 눈을 막 떠서는 내 발목을 하얗게 할퀴어왔다

 

 

 

박준 / 발톱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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