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 뼈가 있는 자화상
2020. 7. 21. 14:14ㆍ同僚愛/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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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뼈가 있는 자화상
오늘은 안개 속에서 뼈가 만져졌다
뼈가 자라났다
머리카락이 되고 나무가 되었다
희미한 경비실이 되자 겨울이 오고
외로운 시선이 생겨났다
나는 단순한 인생을 좋아한다
이목구비는 없어도 좋다
이런 밤에는 거미들을 위해
더 길고 침착한 영혼이 필요해
그것은 오각형의 방인지도 모르고
막 지하로 돌아간
양서류의 생각 같은 것인지도 모르지
또는 먼 곳의 소문들
개들에게는 겨울 내내
선입견이 없었다
은행원들도 신비로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 덜 존재하는 밤,
안개 속에서 뼈들이 꿈틀거린다
처음 보는 얼굴이 떠오른다
이장욱 / 뼈가 있는 자화상
(이장욱, 생년월일, 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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