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규 / we all die alone
2020. 9. 15. 10:43ㆍ同僚愛/최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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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규 / we all die alone
가난한 애인이 장마를 삼켜서 어지러웠다
숲속에서 망가진 나무를 되감을 때마다
세상엔 일기예보가 너무 많고
내가 만든 날씨는 봄을 웃게 할 수도, 떨어뜨릴 수도 없어서
시들겠다는 비근함을 믿고 싶어졌다
마른 손목과 외로운 눈동자도 썩 어울렸다
거룩한 꽃을 오래 밟다가 잠들면 바람이 다 자살할 때까지 망가져 내리는 유성우
내일 밤 현실에 따뜻한 천사를 보면서
그곳이 천국이라 생각할 텐데
지금은 이대로 사라지면 어쩌지 걱정하는 내가 있고
어제 들은 음악과 며칠 전 봤던 영화에서도
사라지면 안 되는 것들만 사라져서
네가 웃을 때마다 누군가와 손잡고 걷는 꿈들을 꿨다
우리는 슬픈 것이 닮았고, 피가 달라서 더 슬프다
죄를 안고 함께 목 놓아 울어줄 수 없어서 아름다운 적막을 산다
온종일 기도하다가 손목 그림자를 따라 죽어가면
그 여름에서 수평선이 기다리고 있을까
비극은 자주 부풀던 뼈마디보다 가벼워졌다
최백규 / we all die alone
(창작동인 뿔,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아침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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