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인 / 죄책감

2020. 11. 18. 13:57同僚愛/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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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인 / 죄책감

너와 손잡고 누워 있을 때

나는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이 세계의 끝은 어디일까

수면 위로 물고기가 뛰어올랐다

빛바랜 벽지를 뜯어내면

더 빛바랜 벽지가 있었다

선미船尾에 선 네가 사라질까 봐

두 손을 크게 흔들었다

컹컹 짖는 개를

잠들 때까지 쓰다듬고

종이 상자에서

곰팡이 핀 귤을 골라내며

나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

기도했었다

고요했다

태풍이 온다던데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최지인 / 죄책감

(창작동인 뿔,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아침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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