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신 「리플리컨트 노트」
2021. 1. 1. 22:14ㆍ同僚愛/정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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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 잠은 깔끔하게 넘어갔으면 좋겠다
나는 왜 자꾸 눕지
스르륵 날리지
허리에 흰 천을 감고 내려앉고 싶다
온도가 달라지는 빛을 겪으면서 조금 더 자라고 싶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손의 모양이 달라진다
투명에 가까워진다
생아편이 들어 있는 식물을
가꿀 시간은 없겠지
아늑하고 느리게 이빨을 뽑고 아가미를 달 것이다
낯선 숨을 머금고 너의 꿈속으로 불쑥 찾아갈 것이다
알약을 모으고
신발을 정리했어요
바람이 기다란 머리카락을 갖고 싶다고 말했어요
어떻게 하면 당신이 나를 자주 떠올릴 수 있을지
나를 걱정해주던 그 눈빛으로 내 이마를 쓸어준다면 좋을 텐데
아주 깊은 잠에 빠질 텐데
깨어날 때마다
사라지는 등
평생 불안에 떨며 뛰어다니던 영양은 어느 날 무리에서 이탈하기로 작정했다
내심 포식 동물이 자신의 불안을 깨물어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장수양 외, 도넛 시티, 은행나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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