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 「여분」
2021. 4. 16. 16:10ㆍ同僚愛/조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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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었어요?
어떤 사람이 그렇게 물어오면
일부러 저녁을 먹지 않는다. 먹지 않았다고 말하려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드라마를 본다.
행복해지거나 죽기 직전까지의 이야기.
뉴스를 본다.
신발을 훔치다가 사람을 찌른 적이 있다고 말하려고.
구태여
그것을 전부 이야기하지 않아도
나는 어떤 사람과 저녁에 만난다.
함께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가는 중이고 길옆으로 검푸른 화단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보다 조금 앞서 걸으면서
화단의 나뭇잎을 잡아 뜯는다. 단지 셔츠의 색깔에 대해서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인데
그는 흩어진 나뭇잎 몇 장을 밟으면서 사뿐히 뒤따라온다.
어디 아파요?
어떤 사람이 나의 안색을 살피면
아프지 않다. 혼자 있을 때 마음껏 아프려고.
시계탑을 지날 때
꽃을 사지 않는다.
이 침묵을 계속하려고.
송이 씨는 무얼 좋아하나요, 그 사람이 물었을 때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몇 가지 생각해둔 것이 있다.
조해주,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아침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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