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일관된 생애」
2021. 5. 15. 14:38ㆍ同僚愛/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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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뒤에 일관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눈코입의 위치라든가 뒤통수의
방향 같은 것인가
또는 너를 기다리는 표정
나는 정기적으로 식사를 했다. 같은 목소리로 통화를
하였다. 갑자기 슬픔에 빠졌다.
변성기는 지났습니다만
저는 살인자이며 동시에
이웃들에게 아주 예의바르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그것이
사회의 덕목,
정중하게 넥타이를 매고 예식에 참석했다가
취한 뒤에는 술잔을 던지고
가로수가 언제나 거기에 서 있는 것을 좋아하였다. 길고양이가 지나다니는
골목의 밤을 깊이 이해하였다.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매우 일관되었다고
오늘도 변함없이
죽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어렸을 때부터 독재자와 신비주의가 싫었어요.
제게도 미친 듯이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누구였더라.
내가 어느 날 당신의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다.
술집에서 떠들다가 문득 침울해질 것이다.
살아가다가
이제는 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어제의 옷을 다시 입고
오늘의 외출을 하는 것이었다.
거짓된 삶에 대하여 계속
무언가를 떠올렸다.
이장욱,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2016,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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