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후 「피오르드의 연인」
2021. 6. 18. 15:20ㆍ同僚愛/서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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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이 어려웠다
개와 물푸레나무 울타리와 트랙터 발작과 키스…… 하염없는 것들의 견고한 사랑으로 이루어졌으니
종종 당신의 예외가 되고 싶었던 모양
고전 속 은유들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내일이 무표정으로 찾아오는 것은
당신의 단골손님처럼 살아간다는 것
불 끄면 푸줏간은 이토록 무서운 곳인데, 물컹 꼬리를 밟고 우는 것도 정작 나뿐인 곳에서
위험한 쪽을 내다보지 않는 우리의 아늑함을
애태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서재에서 돌아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다
내가 숨길 것이 더 많아지는 일처럼
당신을 사랑한 이들이 두고 간 수많은 편지는
미응답 속에서 각자 품어온 열매를 베어 물게 했다 나는 나만 겨우 매달 수 있는 텅 빈 나무를 기르느라
겨울에게 잠시 체온을 빚졌고
이웃의 다툼마저 살가워 보일 때
나는 누가 수선 맡긴 사람입니까? 찻잔도 그릇도 아닌 나는 어디가 바닥입니까?
당신을 닮은 거울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어디에도 기울지 못한 꿈은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쫓아오는 것은 모두 파편이었으므로
그게 나의 어디를 찌르게 될지 잘 알고 있었으므로
눈을 뜨면 처음 만지는 게
당신의 얼굴이었다
서윤후,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문학동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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