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인 「마진 콜」

2022. 4. 20. 16:26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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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의 밀도가 너무 높아 곪아버린 귓바퀴를 은하수에 씻느라 바빴단다 그새 인간들이 빌고 또 빌어서 이제 너희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단다 아직도 질척하구나 롯데리아에 온 기분이다 내가 말 걸고 싶어지는 이들은 그래, 너처럼, 아무것도 빌지 않는 아이란다 눈동자는 도시의 불빛으로 환하지만 새벽 백사장의 포말만 생각하고 빈약한 가슴에는 별 없는 우주를 채워 넣은, 속이 까맣고 낯이 하얀 너란다 떨지 말렴 이건 스팸메일도 아파트 안내방송도 아니니

그러니 물을게 너 네가 아주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으니? 떨어지면 끝날 것 같으니? 여기서 너를 밀어 봤자 부서지지도 않을진대 몸이란 거

으깨지고 마는 거지 소소하게……

그래도 재가 되면 훨씬 가벼워질 테니 다이어트는 성공하겠구나

아니 떨지 말렴 너는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갈 거란다 지하 124층에서부터, 그래, 소금광산 같은 그곳으로 엘리베이터를 내려주마

일단 15층 버튼을 눌러 그러면 숫자가 빠른 속도로 15 16 19 흰 옷에 검은 머리 여자……가 서 있는 것 같기도 기는 것 같기도 한 초록색 옥상을 지나서 128 888 너를 집어 올리는 게 인형 뽑기 같다 1367 42910 스피드를 즐길 줄 아는구나 아니면 센 척하는 건가 디즈니랜드에서 연습해 봐서 쉬운 건가 5999954 663828292 99999999999993 웃어 봐 카메라는 어디에나 있단다

시원하니? 여긴 내가 있고 너는 없는 곳, 폭락할 때 더 시원한

숫자들

하지만 말했지 않니 나는 너를 떨어뜨리지 않을 거란다 내려다보렴, 아름답지 않으니 찬란한 개미들과 개미굴 너의 지옥 서울

from Graham Holtshausen

 

 

 


2021 문장웹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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