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僚愛
박세미 / 잠옷
동그린
2020. 3. 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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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미 / 잠옷
그것은 마침내 모퉁이를 도는 순간이야
빛이 내 쪽으로만 휘어지는 것 같을 땐
모든 게 엉망진창이지
가슴 위에 있는 마음이라면
몸을 뒤집고 누워
두 손등을 베개 밑에 묻고
나도 모르는 잘못을 빌어야지
내가 나의 숨소리를 듣기 싫으면
이어폰을 끼고 잠들면 되고
숨소리가 느껴지지 않으면
굳이 깨어날 필요도 없으니까
악몽에게 잠옷을 넘겨주고 돌아오는 몸
두 손이 내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와
나를 통째로 들어올려도
절대 발을 버둥거리지 않아야지
어디에서,
깨어나려고?
박세미 / 잠옷
(박세미, 내가 나일 확률, 문학동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