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僚愛/황인찬
황인찬 / 부곡
동그린
2020. 3. 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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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 부곡
폐업한 온천에
몰래 들어간 적이 있어
물은 끊기고
불은 꺼지고
요괴들이 살 것 같은 곳이었어
센과 치히로에서 본 것처럼
너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도시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
다들 어디론가 멀리 가버렸어
풀이 허리까지 올라온 공원
아이들이 있었던 세상
세상은 이제 영원히 조용하고 텅 빈 것이다
앞으로는 이 고독을 견뎌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긴 터널을 지나 낡은 유원지를 빠져나오면
사람들이 많았다
너무 많았다
황인찬 / 부곡
(황인찬, 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비,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