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僚愛

이제니 / 아마도 아프리카

동그린 2020. 2. 2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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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니 / 아마도 아프리카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호랑이
멀리 있는 것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를 때
나는 슬픈가 나는 위안이 필요한가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아주 조금

호랑이, 그것은 나만의 것
따뜻하고 보드랍고 발톱이 없는 것​

살고 있나요 묻는다면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나는 아주 조금 살고 있어요

내 머릿속은
반은 쑥색이고 반은 곤색이다
쑥색과 곤색의 접합점은 성홍열 같은 선홍색

열두살 이후로 농담이 입에 배었다
옷에도 머리카락에도 손톱 끝에도
주황색 양파자루 속엔 어제의 열매들
양파가 익어가는 속도로 너는 울었지

​눈을 감아도 선홍색이 보이면
다시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호랑이
너무나 멀리 있지만 아마도 이미 아프리카
나는 하룻밤 사이에도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이제니 / 아마도 아프리카
(이제니, 아마도 아프리카, 창비, 2010)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