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僚愛/박민혁

박민혁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동그린 2021. 3. 2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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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의 꿈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매달고, 생시 문턱을 넘는다.

애인의 악몽을 대신 꿔 준 날은 전화기를 꺼 둔 채 골목을 배회했다. 그럴 때마다 배경음악처럼 누군가는 건반을 두드린다.

비로소 몇 마디를 얻기 위해 침묵을 연습할 것. 총명한 성기는 매번 산책을 방해한다. 도착적 슬픔이 엄습한다.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부모에게서, 향정신성 문장 몇 개를 훔쳤다.

아름다웠다.

괘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경외한다. 우리들의 객쩍음에.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유 없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나의 지랄은 세련된 것. 병법 없이는 사랑할 수 없다. 너는 나의 편견이다.

불안과의 잠자리에서는 더 이상 피임하지 않는다. 내가 돌아볼 때마다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비극을 연기한다. 우울한 자의 범신론이다. 저절로 생겨난,

저 살가운 불행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럴 때마다 생은 내 급소를 두드린다.

나와 나의 대조적인 삶.

길항하는,

꼭 한 번은 틀리고 말던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

고통의 규칙을 보라.

 

 

 

from Dušan Tizić

 

 

 


 

 

 

박민혁,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파란,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