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僚愛
김연덕 「white bush」
동그린
2021. 8. 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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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듯이 잠자고 깨어난 아침 나는 차가운 연기 속수무책
영토를 넓히는 얼룩들처럼 살아 움직이는 나를 보았다 계단에서 마당에서 처음 보는 현관 앞에서
기도하고 체조하며 어지럽게 얼어붙은 첫 공기와 서성이던 나는 나를 감싸고 보호하던 기름진 빛이
늦은 창피 한 겹이 사라졌구나 나 오늘부터 내가 살아보지 못한 몸으로 살게 됐구나 지대가 높은 구조가 아름다운
이 저택에서
낙엽들로 부산스럽던 지붕 아래서 우기다 눈물 흘리다 갑작스레 쫓겨날 때까지
지친 뿌리
마당 곳곳 파고드는 몸집으로 잠들기까지 긴긴 세월 대저택을 사랑하던 자 벽과 가벽 사이에서 허둥대던 자를 위한 새 이파리 새 현실이 주어졌구나
생활기도도
체조도 잘 되는구나 깨달았는데
우기던 계단과 창백하게 변색된 이파리 어제까지 오르내리던 얼굴은 대낮에도 정확히 알아볼 수 없었다 죽은 듯이
다시 잠에 빠져들 수 없었다 나는
사랑을 위해 너무 많은 상상력을 사용해 왔다
김연덕, 재와 사랑의 미래, 민음사,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