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僚愛/정다연
정다연 「월화수목금토일」
동그린
2021. 11. 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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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잘 지내 답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오늘은 당신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음식을 올려놓고 기름기 묻은 손을 세제로 씻으며
물기를 닦던 사소한 습관과 벨을 누르면 가장 먼저 반겨주던 당신에 대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음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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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어?
벽장에 비치는 것이라곤 그림자 하나뿐인데
문득 묻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비를 모으고 모으다 못 견디고 무너지는 댐처럼
폭설에 쓰러지는 나무처럼
어떻게 지내
묻고 싶은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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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당신에 대해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누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지 않던 음식을 앞에 두고
왜 싫어했을까? 이렇게 먹기 좋은 것을
웃으면서
월화수목금토일
당신을 잊다가
정다연,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창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