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僚愛/강우근

강우근 「파피루아」

동그린 2022. 1. 1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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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생님의 인솔 아래 스케치북을 들고 공원으로 향했다. 친구들은 팻말이 꽂힌 나무를, 짹짹거리는 작은 참새를,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그리기 시작하고

나의 눈앞에는 푸른 나비가 어른거렸다.

일회용 카메라를 드는 사이 다른 세계로 떠난 나비를 스케치북에 되살렸다.

방과 후에는 도서관에서 나비 도감을 펼쳐 보았다. 삼천 종이 넘는 나비를 한 마리씩 넘기는 사이에 책을 읽던 친구들은 떠나가고, 해는 저물어 가고, 공원에서 본 나비를 찾지 못했지만

도서관을 나온 푸른 저녁에

나는 문득 파피루아라고 불러 본 것이다. 그리고 파피루아는

종교가 없는 내가 대성당에서 처음 기도를 올릴 때 떠올랐다. 군복을 입은 전우들은 각자의 소원 속에서 눈을 감았다. 내가 파피루아라고 속으로 말하면

검은 세상에서 푸른 불과 같은 날개를 저으면서 유년의 나비는 오고 있었다.

눈을 뜨면 우리는 각과 열을 맞추면서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연병장을, 숲의 계단을, 사격장을,

어쩌면 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기쁨이 다른 사람에게는 슬픔으로 옮겨가는 장소로

흔들리는 총을 어깨에 메고, 물통을 허리춤에 차고

여기서는 반딧불이가 보인다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그건 파피루아같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from Roman Datsiuk

 

 

 


 

 

 

2021 문장웹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