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지 「기침」

2021. 6. 6. 18:42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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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앉아 무릎을 감싸면

팔 안쪽에서 웃자라던 차가운 언어들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삼켜야 하는 기침처럼

서둘러 지운 다짐들을

혼자 손끝으로 몰래 닦아보면

따뜻한 비가

우리의 온도와 맞는다는

인사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고

사람들이 실은

아름다운 것을 늘 사랑했다는

기침 같은 고백일 수 있겠다

단지 어느 너머에

발 디딘 날

2

가장 기분좋은 표정을 짓고

누가 봤을까봐

세계를 기웃 보며

서둘러 기분을 잃어버렸다고

미안하다고

한 번쯤 말해줘야 할 내가

많은 꿈에 있다

그늘에서 마르지 못한 기분이

기침으로 나왔다고

고백해도 좋다면

그런 낮에는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웃는 아이의 얼굴이

신 같았다

from Alexander Schimmeck

 

 

 


 

 

 

김향지, 얼굴이 얼굴을 켜는 음악, 문학동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