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린/그래서 무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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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1978년부터 42년간 550권을 출간한 '문지 시인선'에서 지난 12월 '디자인 페스티벌'을 진행했고, 내가 좋아하는 '한강' 시인(사실 그녀는 소설가로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다. 여덟 권의 소설 단행본을 출간한 후에야 첫 시집이 나왔기 때문)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위 시집을 포함하여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 '허수경' 시인의 『혼자 가는 먼 집』, '이제니' 시인의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등 총 4권에 대한 작업이 이루어졌는데, 문지사는 타이포그래피와 종이의 뚜렷한 물성을 총체적으로 결합해냈다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니' 시인의 책이 가장 이색적이었다.내부 디자인의 경우 기존 시집의 출판 당시 모습을 빌려 와 약간의 변형을 취했는..
2021.01.23 -
김하늘 『샴토마토』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내가 유일하게 토마토를 먹지 못해서) 유독 눈에 띄었던 시집 『샴토마토』. 당시 잘 알지 못했던 파란 시선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시인 '김하늘'. 성별을 알 수 없는 기묘한 문장들 속에서 어찌 된 영문인지 퇴폐미가 과즙처럼 뚝뚝 묻어나길래, 나는 그 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읽었었다. 이후 곧장 모바일로 주문까지. 이건 꼭 내 서재에 꽂혀 있어야만 해 하며. 내가 진정 쓰려고 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언젠가 퇴폐적이라는 말을 참 사랑했는데.이따금 『샴토마토』를 읽으면 나는 여전히 그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그날은 내게 너무 강렬히 배어 있다. 이제는 인스타그램으로 안부도 건넬 수 있는 사이. 뭐랄까 나를 대변해 주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과 이야기 속에..
2021.01.10 -
황인찬 『구관조 씻기기』
도서를 구입했을 때가 2017년. 인터넷으로 우연히 「무화과 숲」을 보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 선하다. 당시 다른 시인들의 시집을 읽곤 했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게 무엇이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분들께는 유감스럽다. 어찌 되었건 『구관조 씻기기』를 정독하고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런 목소리를 내는 '존재'가 5년 전에 이미 존재했다는 것. '황인찬' 시인을 뒤늦게 안 스스로가 부끄러웠고, 오래도록 시를 읽어왔지만 그런 내게 지독할 정도의 자극과 열병을 준 시집이므로, 이 카테고리의 첫 번째 게시물로 선정한다. 평소 '시인의 말' 읽기를 무척 중요시하는데 『구관조 씻기기』에서는 목차 바로 앞에 위치하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목차. 제목이 전체적으..
202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