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僚愛/김건영(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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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영 「내생의 폭력」
내 생의 폭력은 죽어도 끝나지 않는다 티베트 망명지에서 수용소를 탈출한 스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안에서 무엇이 가장 두려웠나요 그는 말했다 나를 고문한 사람을 미워할까 두려웠습니다 나아가 모든 중국인을 미워할까 두려웠습니다 마음속에서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 마음이 남아서 마음을 죽이려다 차가운 손에 화상을 입는 사람을 보았다 고기를 구웠다 나는 고기를 좋아합니다 누군가 이것을 죽였다는 말입니다 나는 먹고 마시고 말한다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리가 퍼진다 미안하다는 말입니다 고기에는 귀가 없다 나는 망명지가 없었다 되찾아야 할 나라도 없었다 사는 연습은 어디서 할 수 있는가 내생의 폭력은 현생에 준비되어 있다 물과 공기가 있는 것처럼 신을 비난하지 않고 어떻게 세상을 사랑할 수 있..
2021.03.15 -
김건영 「계절」
사거리에 서 있다가 사람이 사람을 실수로 죽이는 것을 보았다 피가 흘렀지만 구름과 바람이 같이 흘러 화창해졌다 신호등은 정해진 색깔로 점멸하고 있었다 눈물을 삼키다 가라앉는 사람도 보았다 은하수는 하늘에 떠 있다 밤하늘에도 물이 가득하다 이름을 부를 때면 입에 간격이 생긴다 선분 같은 걸 공책에 그리고 있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네 번째 이름을 스스로 지어 보면서 그 물을 다 보고서도 우리는 물을 마시고 살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면서 넷이 모여 하나가 된다니 이상합니다 집이라는 것이 생길 것 같다 공포에 질린 바둑알처럼 사람들은 희거나 검은 얼굴을 하고 있다 안전하다고 합니다 넘치는 것이 있습니까 안전하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문을 걸어 잠근다 계절의 담장을 주인 없는 고양이가 걸어서 통과한다 어..
2021.03.15 -
김건영 「모잠비크 드릴」
몸속에 먼지가 가득 쌓여 있다 그것들은 애완 먼지였으므로 모두에게 이름을 지어 줘야 했다 그것들은 서로 너무 닮았고 작았다 신이라는 것은 어쩌면, 거짓과 진실을 섞어 진실한 거짓말을 만들었다 천사의 뒤편에는 무엇이 있을지 알고 있다 그림자가 있겠지 그래 독실한 신성모독자인 그는 매 순간 신을 욕보였지만 기록에 남는 불경이 필요해서 문장을 지었다 신이 잠들었을 때 그의 안구가 보고 있던 것은 우주 속을 떠도는 찻주전자 하나 아름다운 일인용 지옥 신 없다,가 있다 있다,가 없다 평범한 일은 이상하다 이상한 일이 평범하다 믿음은 참 안온하지 신이 있다면 신이 없다면 신을 믿는 사람이 주는 마음은 꼭 잔반 같았는데 그는 싫어하지 않았다 시 같은 걸 쓴다고 믿는 김건영은 잔반을 받아먹고도 살이 ..
2021.03.15 -
김건영 / 주사위 전문점 팔아다이스
김건영 / 주사위 전문점 팔아다이스 1 돌을 비벼 만든 끈 그것이 하염없이 마음의 비탈을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 아무리 굴러떨어져도 하나 2 입방체는 아름다워요 모든 방향으로 넘어질 준비가 된 모서리가 자꾸 연애를 걸었다 유리와 거울의 태생이 같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3 당신은 자몽을 먹다가 웃었다 모든 열매들은 시간을 통과하기 위해 씨앗으로 숨는다 나는 당신이 버린 과일 껍질들을 갈무리해 두었고 세 사람은 서로를 외롭게 하기에는 완벽한 구도라는 것을 알았다 4 우리가 사각 테이블 위에서 주사위를 던지는 동안 화단에 심어 둔 두 켤레의 구두가 자라고 있다 오직 공중에서만 평화를 얻는 언어들은 새들은 도착하는 순간 스스로부터 무너뜨렸다 확률이라니, 망할 ..
2020.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