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僚愛/김승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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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같은 부대 동기들」
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우리들. 첫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서 운동장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난 이런 죄를 고백했는데. 넌 무슨 죄를 고백했니? 너한텐 신부님이 뭐라 그랬어? 서로에게 고백을 하고 놀았다. 우린 아직 이병이니까. 별로 그렇게 죄진 게 없어. 우리가 일병이 되면 죄가 조금 다양해질까? 우리가 상병이 되면…… 고백할 게 많아지겠지? 앞으로 들어올 후임들한테, 무슨 죄를 지을지 계획하면서. 우리는 정신없이 웃고 까분다. 웃고 까부는 건 다 좋은데. 성사를 장난으로 생각하진 마. 우리가 방금 나눈 대화도 다음 성사 때 고백해야 돼. 어렸을 때 세례를 받은 동기가 조심스럽게 충고를 하고. 역시 독실한 종교인은 남다르구나. 너는 오늘 무슨 죄를 고백했는데? 우리는 조금 빈정거렸다. 나는 생각으..
2021.06.06 -
김승일 「나는 모스크바에서 바뀌었다」
나는 무서운 것이 너무 많고 비위도 약하지만 내가 시체 청소부면 좋겠다 초등학교 앞에 시체가 나타나면 아이들이 떼로 몰려서 시체를 둘러싸고 서서 그걸 보고 있다 한마디씩 하는 애들도 있고 아닌 애들도 있지 애들도 시체를 봐야 시체가 어떤 것인지 알겠지만 나는 시체가 너무 불쌍해서 시체를 들고 먼 곳으로 간다 아무도 보고 수군거리거나 침묵하지 않도록 그때 나는 아직 어린아이고 시체는 대부분 축축하고 무겁다 나는 내가 애면 좋겠다 천만 명이면 좋겠다 어린애들이 있는 곳이면 거기 항상 있는 시체가 나타나면 들고 먼 곳으로 가는 모스크바 공항에서 파리행 비행기를 놓치고 공항에 오랫동안 갇혀서 이런 개고생 좀 그만하려고 나이가 든 만큼 현명해지려고 했던 것 같은데 집에만 있으려고 했던 것..
2021.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