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僚愛/이장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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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일관된 생애」
태어난 뒤에 일관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눈코입의 위치라든가 뒤통수의 방향 같은 것인가 또는 너를 기다리는 표정 나는 정기적으로 식사를 했다. 같은 목소리로 통화를 하였다. 갑자기 슬픔에 빠졌다. 변성기는 지났습니다만 저는 살인자이며 동시에 이웃들에게 아주 예의바르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그것이 사회의 덕목, 정중하게 넥타이를 매고 예식에 참석했다가 취한 뒤에는 술잔을 던지고 가로수가 언제나 거기에 서 있는 것을 좋아하였다. 길고양이가 지나다니는 골목의 밤을 깊이 이해하였다.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매우 일관되었다고 오늘도 변함없이 죽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어렸을 때부터 독재자와 신비주의가 싫었어요. 제게도 미친 듯이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누구였더라..
2021.05.15 -
이장욱 / 뼈가 있는 자화상
이장욱 / 뼈가 있는 자화상 오늘은 안개 속에서 뼈가 만져졌다 뼈가 자라났다 머리카락이 되고 나무가 되었다 희미한 경비실이 되자 겨울이 오고 외로운 시선이 생겨났다 나는 단순한 인생을 좋아한다 이목구비는 없어도 좋다 이런 밤에는 거미들을 위해 더 길고 침착한 영혼이 필요해 그것은 오각형의 방인지도 모르고 막 지하로 돌아간 양서류의 생각 같은 것인지도 모르지 또는 먼 곳의 소문들 개들에게는 겨울 내내 선입견이 없었다 은행원들도 신비로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 덜 존재하는 밤, 안개 속에서 뼈들이 꿈틀거린다 처음 보는 얼굴이 떠오른다 이장욱 / 뼈가 있는 자화상 (이장욱, 생년월일, 창비, 2011)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7.21 -
이장욱 / 피사체
이장욱 / 피사체 우리는 고정되었다. 우리는 분별없이 떠들다가 김치, 라고 외치는 순간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었다. 우리는 책임감이 점점 강해졌다.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하기로 했다. 우리의 배경에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함께, 웃고 있는 남자는 웃지 않은 여자를 사랑했지. 갈색 구두를 신고 있는 사람이 곧 죽었어. 둘째 줄의 콧수염이 문상을 갔네.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동안, 그녀의 선언에서 깨어나지 못한 건 모자를 쓴 남자.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이키는 중. 당신이 이쪽 세계를 바라보는 순간, 아, 거기! 뒤에 가려진 사람! 얼굴이 안보여. 당신의 이야기도. 터지는 기침을 막으려고 당신은 얼굴을 찌푸렸다. 김치! 라고 외치며 우리가 일제히 정면을 바라보..
2020.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