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僚愛/남수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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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우 「베란다 숲 기억」
1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말란 말은 썩 괜찮았다 단추는 빛나다 사라지고 내게는 빈 들판이 남았다 그곳에서 내 뒤를 밟으며 사냥감들은 여러 날을 살았다고 한다 빈손을 보고도 말이 없던 마망 숲을 흔들며 쌀뜨물 같은 안개를 흘려보내던 마망은 어느 날 자신의 녹슨 총구를 닦고 있었다 그날 마망이 겨눈 사냥감들이 새벽 내도록 내 발 앞에 척척 쌓여만 갔다 2 내가 태어날 때 마망은 울고 있었다 그날 움켜쥔 소맷자락이 손금으로 남았는데 어린 내가 어린 숲에서 주워온 것들을 하나씩 펼쳐 보였다 마망, 여기 반작이는 것들을 봐요 마망은 차갑게 식은 총구를 고쳐 매며 네가 어른이 되어서도 이 숲은 자라야겠구나 내가 다 자라 숲을 떠맡았을 때 마망은 노을을 끌고 맴을 돌던 기억..
2022.01.14 -
남수우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한 사람에게 가장 먼 곳은 자신의 뒷모습이었네 그는 그 먼 곳을 안으러 간다고 했다 절뚝이며 그가 사라진 거울 속에서 내가 방을 돌보는 동안 거실의 소란이 문틈을 흔든다 본드로 붙여둔 유리잔 손잡이처럼 들킬까 봐 자꾸만 귀가 자랐다 문밖이 가둔 이불 속에서 나는 한쪽 다리로 풍경을 옮기는 사람을 본다 이곳이 아니길 이곳이 아닌 나머지이길 중얼거릴수록 그가 흐릿해졌다 이마를 기억한 손이 거울 끝까지 굴러가 있었다 거실의 빛이 문틈을 가를 때 그는 이 방을 겨눌 것이다 번쩍이는 총구를 지구 끝까지 늘리며 제 뒤통수를 겨냥한다 해도 누구의 탓은 아니지 거울에 남은 손자국을 따라 짚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게 뒷모습을 안겨주던 날 모서리가 처음 삼킨 태양을 생각했다 흉터를 ..
2022.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