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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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 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 / 개 같은 가을이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최승자 / 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81)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6.22 -
이상국 / 상강(霜降)
이상국 / 상강(霜降) 나이 들어 혼자 사는 남자처럼 생각이 아궁이 같은 저녁 누구를 제대로 사랑한단 말도 못했는데 어느새 가을이 기울어서 나는 자꾸 섶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상국 / 상강(霜降) (이상국, 뿔을 적시며, 창비, 2012)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