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건망증
박성우 / 건망증 깜박 나를 잊고 출근버스에 올랐다 어리둥절해진 몸은 차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방문 밀치고 들어가 두리번두리번 챙겨가지 못한 나를 찾아보았다 화장실과 장롱 안까지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집안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몇 장의 팬티와 옷가지가 가방 가득 들어 있는 걸로 봐서 나는 그새 어디인가로 황급히 도망친 게 분명했다 그렇게 쉬고 싶어하던 나에게 잠시 미안한 생각이 앞섰지만 몸은 지각 출근을 서둘러야 했다 점심엔 짜장면을 먹다 남겼고 오후엔 잠이 몰려와 자울자울 졸았다 퇴근할 무렵 비가 내렸다 내가 없는 몸은 우산을 찾지 않았고 순대국밥집에 들러 소주를 들이켰다 서너 잔의 술에도 내가 없는 몸은 너무 가벼워서인지 무거워서인지 자꾸 균형을 잃었다 금연하면 건강해지고 장수..
2020.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