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 / 머나먼 교전
김지민 / 머나먼 교전 고구마를 크게 한 입 베어 문다 화먼 속에 건물 잔해가 나뒹군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다 미처 피하지 못해 연기 속에 파묻힌 사람들이 있다 들것에 실려 화면 밖으로 벗어나는 사람이 있다 붉은 모자이크를 덮고 일렬로 누운 사람들이 있다 새까만 발바닥과 발바닥 입안에서 고구마가 굴러다닌다 당장의 고구마 나에게 닥친 고구마 입안에서 벌어지는 고구마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게 달려드는 고구마 어찌할 도리 없이 달고 뜨거운 고구마 정말 큰일이야 어쩌면 좋아 나는 고구마를 피해 달아나다가 고구마를 살살 달래보다가 고구마를 이로 잘게 부수면 불타는 시가지를 바라보던 남자가 이쪽을 돌아보며 손을 뻗는다 잡아달라는 듯이 잡아보라는 듯이 화면은 좌우..
2020.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