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일 「품」
변변히 내세울 만한 원한도 없는 우리 대부분의 귀신들은 무일푼으로 구천에 남아 있습니다. 혈관 속을 이백쯤으로 확 내달릴 만한 압력. 생전 그런 건 없었어요. 뭔가 약간씩 부족했죠 뭔가가…… 기쁨도 고통도. 그것이 명부로 가는 티켓 마일리지 같은 것인데 말이죠. 살아생전 정신적 노동에 대한 댓가라고 할까요. 이상한 냄새였어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기이한 신음 같은 그런 냄새였어요. 어쩐지 냄새에 가까운 소리였는데, 굳이 얘기한다면 오래된 사체를 태우는 듯한, 쥐어짜는 듯한. 그때 나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죠. 그냥 한번쯤 나를 맛보고 싶을 때, 가만히 혀를 빼어물고 액셀을 끝까지 밟고 있으면 차내에 가득 차오르던 핏빛 적막에 휩싸여. 그때가 아마 백팔십쯤 됐을까요. 시간을 거스르기 시작하는 속도..
202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