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3)
-
신용목 / 기념일
신용목 / 기념일 나는 돌아올 수 있는 곳까지만 갈 것이다 11시 58분. 몽돌해변에 도착했다 돌이 돌을 때리고 있었다 죽은 돌 속에서 산 돌을 꺼내고 있었다 나는 잊을 수 있을 만큼만 기억할 것이다 11시 59분. 나는 하나의 돌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와 하나의 돌 사이에 또 다른 돌이 있었다 하나의 돌에 가기 위해 또 다른 돌을 향해 걸었다 돌 너머와 돌과 돌 사이의 돌이라면…… 그것은 파도, 하나의 돌이 깨어나면 모든 돌이 하나의 돌이 되어 도착했다 그것은 파도, 매번 태어나고 있는 중이라서 죽음은 한 번도 생일을 겪은 적 없다 파도처럼 생일과 기일이 같은 사람을 알고 있다 게다가 어버이날 친구로서, 축하와 애도가 하나인 사람 동지로서, 영광과 슬픔이 하나인 사람 게다..
2020.08.12 -
김중일 / 기념일
김중일 / 기념일 우리가 함께 매일매일 무수히 구부렸던 숫자들을 모두 도로 감쪽같이 펴놓아야지 물고기처럼 평생 물거품과 키스해야지 김중일 / 기념일 (김중일, 아무튼 씨 미안해요, 창비, 2012)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6.16 -
이제야 / 피아노 조율법
이제야 / 피아노 조율법 사연이 점점 깊어지는 것보다 에피소드가 매일 많아지는 것이 나아 기념일은 어김없이 돌아오니까 어떤 이야기가 기념일이 되지 못하는 것은 혼자 깊어지기만 하기 때문이래 깊이를 어기는 쪽은 더 사랑하는 사람의 버릇 어쩌면 남은 이야기들은 소리가 되기를 기다리는 소음일지 몰라 처음 겪는 일이야, 가장 쉬운 위로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차이를 주자 아파도 기념일이 되자 깊은 너보다 많은 우리가 되기 위해 마치 처음처럼 한 번도 조율된 적 없지만 오늘도 피아노를 조율하자 깊은 기념보다는 많은 기념을 위해 이제야 / 피아노 조율법 (이제야, 조각의 유통기한, 이봄, 2018)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