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일 「내 꿈은 불면이 휩쓸고 간 폐허」
뉴스속보가 거실 한쪽에서 왕왕거리고 저녁식사 중인 엄마는 다몽증 환자 꾸벅꾸벅 잠결에 내 잠까지 모두 먹어치운다 거대한 태풍 '불면'이 1899년 이후 니이가따현 쪽으로 하루에 일 센티미터씩 북상 중이다 북상 중인 달팽이…… 태풍의 이동경로를 따라 장거리주자인 나는 불면의 중심에 가건물로 세워진 재해대책본부가 있는 결승점을 향해 오늘 밤도 달리는 중이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 이봐, 힘들게 너는 왜 하필 지금 잠을 청하려 하지? 오늘 밤엔 재밌는 일도 많은데 나는 적요한 불면의 눈을 향해 줄곧 달리는 중이다 나는 돌풍이 휘몰아치는 불면 속에서 팥죽 같은 잠을 뚝뚝 흘린다 길가의 창문을 티슈처럼 뽑아 모공 속에서 줄줄이 기어나오는 잠을 닦는다 작고 끈적하고 더운 뱀…… 순간 지진으로 땅이 길게 ..
202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