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람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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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규 / 저녁 뉴스
신철규 / 저녁 뉴스 해변에 벗어놓은 옷들처럼 하루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공중에 뜬 볼 배트를 든 채 홈베이스를 떠나지 못하는 타자 아직은 너무 이른 것이 아닐까 이 정도에서 그만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네 생각 때문에 거질 바닥에 있던 리모콘을 밟아 박살내고 단추를 잘못 끼우고 엉뚱한 버스를 탄다 손끝까지 타들어온 담배에 손을 데고 신호등 앞에서 무심코 비닐봉지를 떨어뜨린다 야구공이 시야에 나타날 때까지 고개를 꺾고 공중을 바라보는 외야수 야구공을 삼킨 구름 저녁 뉴스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그림자가 길어지다가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네 눈 속에는 대관람차가 천천히 돌아가고 흘러내린 앞머리를 무심코 올려주려다 빈 물컵을 입으로 가져간다 마지막 구원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야구화 ..
2020.12.02 -
유계영 / 대관람차
유계영 / 대관람차 가방 속에 하나 이상의 거울을 넣어가지고 다녔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줄곧 웅크렸던 귀가 툭 풀어질 것 같다 귓불에 살점이 붙던 시간은 왜 기억나지 않을까 바람이 태어난다고 믿게 되는 장소 부드러운 거절을 위해 빼곡이 심어놓은 나무들 세상의 모든 미로는 인간의 귀를 참조했다 누구도 자신의 귀를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뭐라고? 미로 속에서 소리치는 사람들이 메아리와 같이 희미해지네 거울의 내부에는 가방의 내부가 있고 바람의 내부에는 헝클어진 머리카락 매달린다는 것은 동심원의 가장 먼 주름으로 사는 것 막다른 벽이라 생각하세요 결국 빠져나갈 거라면 최대한 긴 과정을 출구 앞에 펼쳐놓을 것입니다 귓속에 이름이 쌓여 있을 것만 같다 누군가 내 이름을..
2020.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