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희 / 확장되는 백야
고주희 / 확장되는 백야 펑펑 울고 나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창밖에 없는 것들을 믿었다면 더 멀리 갈 수도 있었겠지 어떤 것은 오래됐고 어떤 것은 새것이었다 한쪽 눈을 감으면 다른 빛이 열리는 것처럼 견딜 수 없는 낮과 밤이 구겨진 백지로 버려지는 아침 참았던 분노는 왜 아이가 어질러 놓은 방바닥에서 시작되는가 두 눈을 껌뻑이며 너는 왜 색연필을 뒤로 감추는가 색종이 조각을 줍는가 능숙하게 화를 받아 내고 비 맞은 개처럼 정물화처럼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가 반복되는 용서 앞에서 얼마나 더 무참해질 수 있는가 잠이 들면 나를 제외한 몸들이 밝아 오는 희고 깨끗한 자작나무로의 먼 길 고주희 / 확장되는 백야 (고주희,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
202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