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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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혁 / 노련한 강물과 오늘의 슬픔
기혁 / 노련한 강물과 오늘의 슬픔 마음이 아플 땐 돌멩이를 던진다 광물에 남겨진 시간을 떠서 허공의 정점에 풀어놓고 싶은 것이다 서로 다른 지층에 묻힌 응어리가 옹기종기 조약돌로 평화로운 정오에도 물수제비뜨는 연인의 돌멩이는 수면 가장 높은 곳까지 떠오른다 지상에서 처음 타인의 마음에 가닿았던 흔적들 돌멩이를 집어 들던 무수한 감정은 강물 위에서도 깊고 거대한 속내를 지닌다 이별의 방향으로 벼름하는 생활을 거슬러 올라, 매 순간 허공을 쥐는 손아귀를 본다 더 큰 사랑을 바라보고 더 큰 빈 곳에 휘청거리던 저녁의 저글링 돌멩이에겐 곡예사의 어투를 물려받은 조상이 있다 분장이 다 번진 얼굴로 거들어줄 손 하나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기혁 / 노련한 강물과 오늘의 슬픔 (편집부,..
2020.12.21 -
이현호 / 직유법
이현호 / 직유법 당신이 이쪽으로 걸어오자 저편 세상이 그림자처럼 어두워졌다 당신이 여기 있어 텅 비어버린 세계에 대해 비 맞는 벤치같이 나는 하릴없어서 늘 한 사람이 모자라는 세계 속으로 떠나보내 주었다 멀리 당신을 등대처럼 놓아주었다 아주 잊지는 않은 기분으로 내가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물수제비같이 떠가는 것을 보며 저기 당신이 있어 이편 세상의 어둠 속에 파이는 등댓불의 환한 괄호마다 미아처럼 나는 하릴없이 직유를 던지며 놀았다 당신같이 당신처럼 당신인 듯이 이현호 / 직유법 (이현호,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문학동네, 2018)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