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아 / 오월
임솔아 / 오월 떠다니는 민들레 홀씨 하나를 잡았다. 손바닥에서 하얀 거미가 터졌다. 손바닥을 쥐고 걸었다. 그림자들이 숲의 이목구비를 바꿔 그렸다. 숲의 머리카락이 길어졌다. 껍질이 갈라졌다. 나무들 정수리마다 둥지를 트는 새들을 보았고 나는 내 가마를 만졌다. 웅덩이에 빠졌던 맨발이 발자국을 만들었다. 오월의 맨발이 공원을 만들었다. 뭉텅 피어났고 뭉텅 떨어졌던 꽃들. 나는 차가운 돌 위에 앉아 고여갔다. 바닥에서 끌려다니던 나뭇잎처럼 돌아오지 않는 검은 조각들이 있었다. 발밑의 나뭇잎을 주워 먼지를 털었다. 분명 내 살에서 자라던 것들. 손가락이 젖고 있었다. 검은 잎맥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베였다. 나와 나뭇잎은 뼈로 닿았다. 왕사슴벌레의 유충이 집이 되어가고 ..
202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