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연 / 업힌
안희연 / 업힌 산책 가기 싫어서 죽은 척 하는 강아지를 봤어 애벌레처럼 둥글게 몸을 말고 나는 돌이다, 나는 돌이다 중얼거리는 하루 이대로 입이 지워져버렸으면, 싶다가도 무당벌레의 무늬는 탐이 나서 공중을 떠도는 먼지들의 저공비행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는 하루 생각으로 짓는 죄가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을까 이해받고 용서받기 위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대치란 무엇일까 화면 속 강아지는 여전히 죽은 척하고 있다 꼬리를 툭 건드려도 미동이 없다 미동, 그러니까 미동 불을 켜지 않은 식탁에서 밥을 물에 말아 먹는 일 이 나뭇잎에서 저 나뭇잎으로 옮겨가는 애벌레처럼 그저 하루를 갉아 먹는 것이 최선인 살아 있음, 나는 최선을 다해 산 척을 하는 것 같다 실패하지 않은 ..
202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