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일 / 생배노 몽골
박태일 / 생배노 몽골 1 참새를 발아래 기르던 버드나무 잘라져 보이질 않고 문 또한 남쪽으로 바꿔 낸 기숙사 복도 끝 304호 늦은 시각 구두를 신은 채 머리를 감는다 낡은 텔레비전은 모르는 채널 위를 오가며 어느 먼 데 소식을 양털 무더기인 양 날린다 창을 열고 묵은 방냄새를 내보낸다 앞길에 세워둔 차가 양 같다 오늘 하루 산으로 들로 다닌 뒤 잠자리에 드는 양 뒷보기유리를 깨뜨려 아양아양 우는 어린 놈도 보인다. 2 며칠 비에 넘치는 황톳물 쑥대 무성한 셀브 강 흘러간다 벅뜨항 산 비알에 희게 돌로 새겨놓았던 청기스항 얼굴도 흩어져내린다 내가 알았던 처녀 둘은 학교를 그만둔 뒤 멀리 호숫가 선교사로 떠났다 중앙우체국 담벼락 헌책방 주인 바씅은 흰머리에 허리가 무거워 눕혀둔 헌책처럼 앉..
2020.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