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림 / 반달 모양의 보지*
주하림 / 반달 모양의 보지* 1 챙 넓은 모자 검은 모발 희고 커다란 코 입이 귀까지 찢어진 죽음을 보았네 2 경기도에 산다고 했다 넋 나간 목소리 혀 꼬인 발음이 어둠 속에서도 반듯한 나를 더듬더듬 짚어가는데 그러나 언니…… 미안해요 난 벌써 약에 취했어요 도나웨일 노래를 듣고 있어요 mi, ZBC, HYUNGIN25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게 수면제 그러니까 언니…… 대화라는 건 어렵지만 늘 내가 그린 그의 초상화를 가까이 두고 있어요 그가 왼쪽 눈을 감을 때 단숨에 스케치해나갔던, 너는 뭐 때문에 죽고 싶니 외로워 불쌍해? 실연이라 말하면 우리 합법적으로 만날 수 있나요? 같이 술을 마시고 포켓볼을 치며 쓸모없는 남자들을 꼬시며 언니…… 나는 사라지기 위해 사는 걸까 3 아니 여전..
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