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미 / 잠옷
박세미 / 잠옷 그것은 마침내 모퉁이를 도는 순간이야 빛이 내 쪽으로만 휘어지는 것 같을 땐 모든 게 엉망진창이지 가슴 위에 있는 마음이라면 몸을 뒤집고 누워 두 손등을 베개 밑에 묻고 나도 모르는 잘못을 빌어야지 내가 나의 숨소리를 듣기 싫으면 이어폰을 끼고 잠들면 되고 숨소리가 느껴지지 않으면 굳이 깨어날 필요도 없으니까 악몽에게 잠옷을 넘겨주고 돌아오는 몸 두 손이 내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와 나를 통째로 들어올려도 절대 발을 버둥거리지 않아야지 어디에서, 깨어나려고? 박세미 / 잠옷 (박세미, 내가 나일 확률, 문학동네, 2019)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