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혁 「19」
응, 이젠 잊어야지. 온갖 음탕한 말을 하며 너를 만질 때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네가 내게 배설 욕구를 스스럼없이 얘기할 때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이별 후의 연서는 리벤지 포르노 같은 데가 있다. 우기에 나는, 언젠가 네가 내 손에 쥐여 준 보랏빛 낡은 우산만을 아직도 꼭 들고 다니네. 거친 비라도 쏟아지면, 그 우산 속에서 나는 줄줄 새는 비를 다 맞고 서 있네. 응, 이젠 잊어야지. 하는 거 봐서. 박민혁,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파란, 2021
2021.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