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 부곡
황인찬 / 부곡 폐업한 온천에 몰래 들어간 적이 있어 물은 끊기고 불은 꺼지고 요괴들이 살 것 같은 곳이었어 센과 치히로에서 본 것처럼 너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도시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 다들 어디론가 멀리 가버렸어 풀이 허리까지 올라온 공원 아이들이 있었던 세상 세상은 이제 영원히 조용하고 텅 빈 것이다 앞으로는 이 고독을 견뎌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긴 터널을 지나 낡은 유원지를 빠져나오면 사람들이 많았다 너무 많았다 황인찬 / 부곡 (황인찬, 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비, 2019)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