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2)
-
이소호 / 밤섬
이소호 / 밤섬 물어뜯긴 손톱이 비로소 마음을 들켰다 빗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우산에서 쫒겨난 어깨처럼 젖어 있었다 이소호 / 밤섬 (이소호, 캣콜링, 민음사, 2018)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7.03 -
김하늘 / 나쁜 꿈
김하늘 / 나쁜 꿈 캄캄한 그 어디에서도 지금 잡은 내 손을 놓지 마. 네가 실재하는 곳에 내가 있어야 해. 우린 불편한 영혼을 공유했잖아. 우리는 미래가 닮아있으니까.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돼서 좋아. 주머니에 늘 수면제를 넣고 다니는 습관까지. 칼자국이 희미해지지 않는 자해의 흔적까지. 유령처럼 하얗고 작은 발가락까지. 비릿하고 나쁜 꿈을 꾸고 나면 온 몸에 개미떼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아. 나쁜 게 뭘까. 좋고 싫은 건 있어도 착하고 나쁜 건 모르겠어. 근데 오늘 우리는 나쁜 꿈속에 버려져 있는 것 같아. 세상에 너하고 나, 둘 뿐인 것 같아. 가위로 우리 둘만 오려내서 여기에 남겨진 것 같아. 이런 게 나쁜 거야? 난 차라리 다행인데. 유서를 쓸 땐 서로 번갈아가면서 쓰자. 네가 ..
202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