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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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 전염병
신해욱 / 전염병 그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어 했다. 꿈속에서 죽은 쥐가 지금 어디에서 썩고 있는지 아니. 나로부터 썩 물러난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그는 나의 눈에 달라붙어 있었다. 끈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침이 가득 고인 입으로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독을 먹은 게 내가 아니라면 그런 게 아니라면 말로 할 수 없는 이런 슬픈 사연이란 무엇일까. 정녕. 나에게 있는 그 아니면 쥐. 열이 있는 그 아니면 쥐. 체온을 유지하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신해욱 / 전염병 (신해욱, syzygy, 문학과지성사, 2014)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8.01 -
이제야 / 피아노 조율법
이제야 / 피아노 조율법 사연이 점점 깊어지는 것보다 에피소드가 매일 많아지는 것이 나아 기념일은 어김없이 돌아오니까 어떤 이야기가 기념일이 되지 못하는 것은 혼자 깊어지기만 하기 때문이래 깊이를 어기는 쪽은 더 사랑하는 사람의 버릇 어쩌면 남은 이야기들은 소리가 되기를 기다리는 소음일지 몰라 처음 겪는 일이야, 가장 쉬운 위로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차이를 주자 아파도 기념일이 되자 깊은 너보다 많은 우리가 되기 위해 마치 처음처럼 한 번도 조율된 적 없지만 오늘도 피아노를 조율하자 깊은 기념보다는 많은 기념을 위해 이제야 / 피아노 조율법 (이제야, 조각의 유통기한, 이봄, 2018)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