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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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 「안개와 묘비명과」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추억에게 그 계절들과 그 골목이 있다. 흘러가도 흘러가도 두려운 것은 너를 잃은 내가 고작 나이기 때문이다. 아직 사진이 없었을 적에는 인간의 추억이 이 지경까진 아니었을 텐데 아무리 궁리해 본다 한들 타인보다 낯선 것이 내 뒷모습이다. 묘비명은 단 두 줄. 하루는 지나갔다. 인생은 지루했다. 이응준, 애인, 민음사, 2012
2021.01.04 -
황인찬 /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황인찬 /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양산보는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되었을 때, 세상의 뜻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소쇄원을 짓고 거기 은거하였다 소쇄원은 한국의 민간 정원 가운데 최고로 꼽히고 있다 (이상 소쇄원에서 핸드폰으로 소쇄원을 검색해본 결과) 아름다움 어렵네 정말 그렇네 오래된 건물이 서 있고 그 주변으로 작은 물이 흐르고 대나무 숲은 사시사철 푸르고 그런 것이 아름다움이라니 모르긴 몰라도 아는 사람은 다 알아보겠지 소쇄원에 우리가 함께 갔다면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몇 장 찍고 함께 찍기도 했을 것이다 꽃과 나무 같은 것도 몇 장 찍었다면, 그때 우리는 남는 것은 사진뿐이야 그런 말을 주워섬기며 사진을 찍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는 ..
202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