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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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인 / 기다리는 사람
최지인 / 기다리는 사람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우는 너에게 그만두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우리에게 의지가 없다는 게 계속 일할 의지 계속 살아갈 의지가 없다는 게 슬펐다 그럴 때마다 서로의 등을 쓰다듬으며 먹고살 궁리 같은 건 흘려보냈다 어떤 사랑은 마른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어내는 늦은 밤이고 아픈 등을 주무르면 거기 말고 하며 뒤척이는 늦은 밤이다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룬 것은 고작 설거지 따위였다 그사이 곰팡이가 슬었고 주말 동안 개수대에 쌓인 컵과 그릇 등을 씻어 정리했다 멀쩡해 보여도 이 집에는 곰팡이가 떠다녔다 넓은 집에 살면 베란다에 화분도 여러 개 놓고 고양이도 강아지도 키우고 싶다고 그러려면 얼마의 돈이 필요..
2020.11.18 -
김중일 / 최선을 다해 하루 한번 율동공원 돌기
김중일 / 최선을 다해 하루 한번 율동공원 돌기 아버지 공원이라도 좀 도세요. 어머니도 이제 건강을 생각하세요.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네 어머니를 신경 써라, 우울증이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설거지를 했고 아버지는 최선을 다해 부엌으로 걸어가 어머니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오래도록. 보석함 속의 청혼 반지. 아버지는 푸른 옥빛 상자를 열듯 주름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어머니 이마를 열고 누런 금반지를 꺼내 내게 건넸다. 봐라,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 지구에서,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늘도 지구라는 고장난 낙하산이 우주의 길바닥에 터진 풍선처럼 떨어져 있다...
2020.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