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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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 비정성시(非情聖市) ― 그대들과 나란히 무덤일 수 없으므로 여기 내 죽음의 규범을 기록해둔다
김경주 / 비정성시(非情聖市)* ― 그대들과 나란히 무덤일 수 없으므로 여기 내 죽음의 규범을 기록해둔다 비 내리는 길 위에서 여자를 휘파람으로 불러본 적이 있는가 사람은 아무리 멋진 휘파람으로도 오지 않는 양이다 어머니를 휘파람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대대장을 휘파람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간호사를 휘파람으로 불러 세워선 안 된다 이것들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것이 내가 여기 들어온 경위다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이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음악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외로운 사람들은 휘파람을 잘 분다 해가 뜨면 책을 덮고 나무가 우거진 정원의 구석으로 가서 나는 암소처럼 천천히 생각의 풀을 뜯을 것이다 나는 유배되어 있다 기억으로부터 혹은 먼 미래로부터. 그러나 사람에게 유..
2020.11.29 -
김재훈 / 월식
김재훈 / 월식 너는 너의 바깥에 서 있었다 손에 쥔 모래를 표정 없이 떨어뜨리는 소녀가 생각 없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주먹 속의 모래가 모두 빠져나간 뒤에 문득 놀라 빈 손바닥을 펼쳐 볼 때 처음 들른 여인숙 방의 형광등 스위치를 더듬듯이 너는 내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 갔다 온 거니 손이 차구나 김재훈 / 월식 (미등록, 문학동네 2011.겨울, 문학동네, 2011)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