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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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인 / 죄책감
최지인 / 죄책감 너와 손잡고 누워 있을 때 나는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이 세계의 끝은 어디일까 수면 위로 물고기가 뛰어올랐다 빛바랜 벽지를 뜯어내면 더 빛바랜 벽지가 있었다 선미船尾에 선 네가 사라질까 봐 두 손을 크게 흔들었다 컹컹 짖는 개를 잠들 때까지 쓰다듬고 종이 상자에서 곰팡이 핀 귤을 골라내며 나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 기도했었다 고요했다 태풍이 온다던데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최지인 / 죄책감 (창작동인 뿔,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아침달, 2019)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11.18 -
김이듬 / 서머타임
김이듬 / 서머타임 발목은 시들어간다 걸음을 낭비했다 위세척을 하고 넌 더욱 고통스러워하고 여름이 제일 추워, 나는 없어질 거야 너는 눈물을 흘리며 웃지만 해가 뜰 때까지만 같이 있어줄게 풍선을 불어줄게 날아오르다가 터지겠지 꿀벌은 꽃잎 속에서 고양이는 나무 위에서 너는 내 무릎을 베고 아니, 널 따라하지 않아 왜 남은 날들을 신경 써야 하니 잘하려니까 심장을 멈추고 싶잖아 난 일광을 낭비할 거야 날 낭비할 거야 낮에는 커튼을 치지 많이 걷지 않고 버스에서 곧잘 자 뭘 찾으려고 넌 거기까지 갔었니 내 모닝콜은 거슈인의 자장가 내일 못 일어나도 여름은 살기 좋은 계절 여름은 죽기 좋은 계절 그럴 리 없지만 물고기는 수면 위를 날고 목화는 익어가는데 아빠는 부자 엄마는 멋쟁이 그러니 아가야..
202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