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은 / 나의 셔틀콕
강성은 / 나의 셔틀콕 아버지와 나는 배드민턴을 쳤다 셔틀콕은 도무지 공 같지 않고 깃털들은 얇은 종이처럼 하늘거리며 천천히 날았다 엄마는 의자에 앉아 우리를 보고 있었다 햇빛 때문에 찡그린 채로 손을 이마에 대고 지루한 듯 지켜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배드민턴 놀이는 셔틀콕의 비행은 슬로우모션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라켓을 높이 쳐든 아버지의 몸짓도 받으려는 나의 몸짓도 너무나 더디게 흘러갔다 나는 햇빛 사이로 비행하는 셔틀콕의 움직임을 반짝임을 시시각각 느끼고 있었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나는 초등학교 시절의 하얀 체육복을 입은 여자아이 공중에 한참 멈춰 있던 아버지의 라켓이 순식간에 내리치자 셔틀콕은 저편 숲 속으로 빠르게 휙 날아가버렸다 나는 촐랑거리는 강아지처럼 깡충껑충 뛰어..
2020.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