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림 / 병동일지 902
주하림 / 병동일지 902 병원에 온 지 두달. 병원에 와서, 병원 오기 전 상황이 최악은 아니었다고 고백해본다 내가 태어난 곳은 똥물 종종 고향을 뒤집어쓰고 이방인들 대화를 엿듣는다 뒤집어쓴 똥물이 똥물이 될 때까지 가을풍이 여름풍이 될 때까지 우주가 산수가 될 때까지 추론이 귀납이 될 때까지 면회가 폭력으로 바뀔 때까지의 날들, 사는 것이 죽는 것으로 넘어갈 때 일부러 힘을 빼고 걷는다 밤마다 옆 병동 남자가 찾아와 숨죽이고 섹스한다 나의 물이 달아서 좋다는 남자; 진실에 이르는 계절들에게서 갈색빛이 난다 부디 그 슬픔 너라면 견딜 수 있었을까 '공백공백공백' 꽃들은 어둠 속에서 폭죽으로 펑펑 터지고 나는 눈 먼다 내가 사랑이어서 나는 사랑밖에 할 수 없었다 열병을 앓을 때마다 식은..
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