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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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 전염병
신해욱 / 전염병 그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어 했다. 꿈속에서 죽은 쥐가 지금 어디에서 썩고 있는지 아니. 나로부터 썩 물러난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그는 나의 눈에 달라붙어 있었다. 끈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침이 가득 고인 입으로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독을 먹은 게 내가 아니라면 그런 게 아니라면 말로 할 수 없는 이런 슬픈 사연이란 무엇일까. 정녕. 나에게 있는 그 아니면 쥐. 열이 있는 그 아니면 쥐. 체온을 유지하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신해욱 / 전염병 (신해욱, syzygy, 문학과지성사, 2014)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8.01 -
신해욱 / 이렇게 추운 날에
신해욱 / 이렇게 추운 날에 이렇게 추운 날에. 열쇠가 맞지 않는다. 이렇게 추운 날에.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뭘까. 이 어리석음은 뭘까. 얼음일까. 얼음의 마음일까. 막연히 문을 당기자 어깨가 빠지고 뼈가 쏟아지고 쏟아진 뼈들이 춤을 출 수 없게 하소서 경건한 노래가 굴러떨어지고 뼈만 남은 이야기에 언젠가 눈이 내리는데 깨진 약속들이 맹목적으로 반짝이게 되는데 일관성을 잃은 믿음과 열쇠와 열쇠 구멍과 이렇게 추운 날에. 너는 있다. 여전히 있다. 터무니없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아주 다른 것이 되어 이렇게 추운 날에 모든 밤의 바깥에서 신해욱 / 이렇게 추운 날에 (신해욱, 무족영원, 문학과지성사, 2019) https://www.instag..
2020.07.02 -
신해욱 / 色
신해욱 / 色 나는 과도한 색깔에 시달린다 내가 나빴다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져서 색깔을 훔치곤 했다 천연의 것들 인공의 것들 미안 너의 그림자도 건드렸다 심지어는 물에게까지 그랬다 색깔들이 불규칙하게 차올라서 나는 쉽게 무릎이 꺾인다 나는 눈동자가 커다랗고 내가 너무 무거운 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것들은 정말 많고 네가 있고 나는 녹이 슬고 나는 호흡 곤란 오래오래 그럴 것이다 신해욱 / 色 (신해욱, 생물성, 문학과지성사, 2009)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