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호 / 아무런 수축이 없는 하루
이소호 / 아무런 수축이 없는 하루 밤에는 낮을 생각했다 형광등에 들어가 죽은 나방을 생각했다 까무룩 까마득한 삶 셀 수 없는 0 앞에서 우리 대각선으로 누워 식탁에 버려진 아귀의 시체를 센다 삭아 가는 아귀의 눈알을 판다 우리는 저녁으로 아귀가 저지른 잘잘못을 울궈 먹었다 벙긋 벌리고 헤집고 닫는다 나는 곰팡이가 핀 아귀찜의 여린 살을 발라 먹는다 엄마는 부엌에서 아귀를 발라 내게 입힌다 나는 가방도 되고 통장도 되고 남편도 된다 면장갑에 고무장갑을 끼고서야 내 손을 잡는 엄마 남기지 마 이런 건 가시까지 씹어 먹는 거야 엄마는 내 입을 벌리고 젖을 물렸다 엄마는 말아 먹는 것을 좋아하니까 나는 입안 가득 우유를 쏟고 우유가 묻은 팬티를 입고 우유가 묻은 손가락을 목구멍에 넣고 삼키지..
2020.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