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 / 저녁의 표정
홍일표 / 저녁의 표정 아직 끝나지 않은 어제의 노래 둥글게 뭉친 눈덩이를 허공의 감정이라고 말할 때 돌멩이 같은 내일이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 깊게 파인 공중에서 밤이 태어나고 눈덩이의 부피만큼 훌쭉해진 허공은 너무 질겨서 삼킨 사람이 없다 바삭거리던 나뭇잎이 공중에 몸을 밀어넣을 때 저기 새가 날아가네 서쪽으로 기운 나무는 그것을 천 개의 손가락을 가진 바람의 연민이라고 말한다 바람이 남긴 죽은 새들과 함께 수런수런 모여드는 저녁 남은 허공을 쥐어짜면 새들의 울음이 주르르 흘러내리기도 하는 여기는 바닥에 노래가 새겨지지 않은 곳 표정 없이 자전거 바퀴살에 감겨 헛도는 하늘처럼 홍일표 / 저녁의 표정 (홍일표, 매혹의 지도, 문예중앙, 2012) https://www.instag..
202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