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 조현병의 풍경
김병언 / 조현병의 풍경 흘러내리는 안경을 치켜든다 먹구름이 자꾸 손찌검을 한다 안경이 다시 흘러내리고 뿌옇게 번진 빌딩들이 중얼거린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서 나를 내리깔기에 바쁘다 우산을 쓴 광대들이 히죽거린다 이젠 그 웃음이 오싹하기까지 하다 오늘따라 바람이 적대적이다 떨리는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니 옅어져, 어쩌면 멈췄을 심장을 비틀대는 몸으로 실컷 때려댄다 채앵- 채앵- 챙- 귓가에 풍경소리가 울린다 아직도 히죽대는 것을 보니 저들은 들을 수 없음이 분명하다, 여전히 나는 저 구슬픈 소리를 나는 듣고 있다 새들의 젖은 지저귐과 채앵- 채앵- 챙- 분명하게 들리는 평온한 울음소리를 김병언 / 조현병의 풍경 (편집부, 시사문단 9월호, 시사문단, 2020) https://www.i..
2020.12.10